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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개구리 잡담

발렌타인데이... 그리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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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주고 싶어서 불렀어..
- 와.. 이게 먼데? 초코렛이네? 와 이쁘다. 뭘 이런걸 사와..
- 안샀어. 직접 만든거야..
- 진짜? 이거 니가 만든거야?
- 야. 그럼 내가 만들지 누가 만들어..
- 이건 일반인의 솜씨가 아닌데.. 진짜 만든거야? 근데 이걸 왜 날 주냐?
- 너 발렌타인데이때 한 개도 못받았지? 니 실망할까봐 어제 하루 꼬박 걸려서 만든거다.
- 푸핫 ~ 너 나 좋아하냐?
- 쳇.. 댔거든요? 확대 해석 하지 마셔. 너는 그냥 친구일뿐이니깐..


그런 그녀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나도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운을 없애고 싶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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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영화나 보여줘. 나 영화 보고 싶어. 이왕이면 좀 밝은거. 액션같은거 말이야..
- 그럴까? 그래 그럼. 그러고 보니 너랑 영화 보는것도 참 오랫만이네..


나는 영화에 집중할수가 없었다.
무서운 영화도 아닌데, 그녀는 자꾸 내 곁으로 붙어 나를 불편하게 했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영화는 끝났다.
영화가 끝나자 우리 사이에는 또 다시 어색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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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네. 그지?
 

영화는 재밌었다. 난 단지 어색한 기운을 없애고 싶었을뿐이었다.
 

- 난 무서워서 죽을뻔 했는데, 넌 안 무서웠냐?
- 나 남자거든? 그딴게 뭐가 무섭다고.. 그나저나 우리 이제 뭐 할까? 초코렛 준 보답으로 오늘 하루 책임진다 !
- 음.. 나 놀이기구 타고 싶어. 롯데월드 가자.


생각하지도 않고 말하는거 보니 그녀는 이미 갈 곳을 정해놓고 나를 만난것 같다.
 

주말이라 그런지 지하철에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부대끼는 것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것은 내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든 그녀였다.
새근새근 고른 그녀의 숨소리에 나의 심장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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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추워. 오늘 진짜 춥다.
- 좀 춥네.
- 좀이 아니라 많이 춥다. 안으로 들어가자. 여긴 안쪽보다 일찍 닫잖아. 안에 들어가서 몸 좀 녹이자. 이제..
- 그럴까? 우리가 좀 늦었나봐. 재밌는데... 그럼 나 다음에 또 데리고 오는거다?
- 됐어. 니 남자친구 생기면 걔한테나 같이 오자고해.
 

나도 모르게 내 본심과는 상관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너의 남자친구가 되서 같이 오고 싶어..


하지만, 상관없다. 이렇게 지낸지 벌써 몇 년째이지 않은가...
그런데 오늘은 이런 기분...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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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이상하다.
다른날과 달리 떠들지도 않고,
한 번쯤은 나와야 할 최근 소개팅 남자에 대한 험담도 꺼내지 않는다.
그저 내 눈을 애써 피하며 따뜻한 커피만을 홀짝거릴뿐이엇다.


- 사진 찍어줄까?
- 응. 대신 너만 봐. 다른데 올리지 말고..
- 쳇. 너 같은 애 찍어서 올리면 욕먹어. 애인도 아닌데 널 왜 올려..
 

뷰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난 그녀를 가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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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쳐다본 커피숍의 벽에는 싸구려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사진의 남자가 부러웠다.
아.. 나도 날개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날라가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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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을 한 번만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내가 가질 수만 있다면..
하지만 안 된다는것을 우린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힘들었다..
그리고 서로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초콜렛을 줄때의 그녀의 희미한 미소
영화관에서의 그녀의 따뜻한 체온
새근새근거리던 그녀의 숨소리
커피숍에서의 떨리던 그녀의 눈망울
잠이 오질 않는다. 계속 뒤척이다 보니 벌써 새벽이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었다.
역시나 그녀도 아직까지 뒤척이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 안자고 있었어?
- 그러는 너는 이 시간에 안 자고 웬일로 나한테 전화를 했냐?
- 아니 그냥 전화 해보고 싶어서...


전화기 너머에서 숨소리가 끊겼다.
이젠 싫다. 이런 어색한 기운..
 

- 너 왜 나한테 초콜렛 준거야? 다들 나눠주고 남은거 준거지?
- 아니. 너한테만 준거야. 너 위해서 만들었다니깐.. 자꾸 그러면 이제 안 준다..
- 응 알았어. 이제 더 이상 안 물어볼께. 그냥 고마워서 그런거지 뭐..


한참동안 말이 없다. 괜히 전화를 했다는 생각이 날 자꾸 불편하게 만들었다.


- 사실 나 고백할게 있어.
 

한참만에 그쪽에서 들려온 놀랄만한 한 마디였다.
어쩌면 저 말이 나오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고백이라니.. 제발 고백같은거 하지마. 우리 사이 어색하게 만들지마.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 뭔데..


무덤덤하게 하게 말하려고 애썼지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 나 말이지..


한참동안 말이 없다..
 

- 뭔데.. 얘가 왜 이래.. 빨리 말해봐..


애써 태연한척하며 다시 되물었다. 듣고 싶은 마음, 듣기 싫은 마음
혼동스럽다.
 

- 내 마음 그 초콜렛에 담았어.
몇 개 안되는 초콜렛이지만,
그 중 한 개가 바로 내 마음이야.
이렇게밖에 말 할 수 없다는거 너도 잘 알지?
나 졸립다.
먼저 잘께...
 

그게 끝이다.
한편으로는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그런데 뭐가 서운한지 나도 잘 모르겠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뭐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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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던져두었던 그녀의 초콜렛을 다시 꺼내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무엇일까.
어떤것이 그녀의 마음일까..
모르겠다.
차마 손을 대지 못하겠다..


뜬금없이 초콜렛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 일까 생각했다.
과연 그 기간 안에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잠을 자고 싶지만 아침이 가까운 밝은 새벽녘이다.
결국 오늘도 그녀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젠 너무 힘들다.
힘들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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